글을 쓸 때 무슨 버릇이나 루틴이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내 경우에는 음악을 들으며 쓴다는 게 버릇이며 루틴이다. 글쓰기는 리듬이 중요하기에 그날의 작업에 맞는 리듬감을 주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글을 쓰곤 한다. 말하자면 노동요다. 그리고 내겐 좋은 노동요가 쌓여있다. 바하부터 아델까지 감정을 고양시키는 좋은 음악은 충분하다.
아쉬운 건 사운드의 거리감과 풍성함이었다. 언제나 거리와 볼륨이 중요하다. 노트북 사운드는 너무 직접적이고, 그렇다고 집안 오디오 시스템을 가동하는 건 너무 웅장하다. 내게 맞는 거리에서 적당한 볼륨감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가 있기를 늘 고대했다. 하지만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했고, 노트북 파일 속 음악 대신, 책상 한쪽에 스마트 폰을 두어 거리를 조정한 뒤 음악을 듣곤 했다. 그게 그나마 나았지만 역시 충분치 않았다. 경쾌한 노트북 타자 소리에 밀리지 않는, 적절한 거리에서 적절한 볼륨을 들려주는 사운드가 절실했다.
그러던 중 만난 우드 스피커. 우드스피커는 스피커가 아니다. 그렇지만 확성기처럼 음악을 증폭시켜주는 이것을 만나 내 책상에 올려놓고 나서야, 작업 시 노동요의 거리와 볼륨에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따뜻한 질감을 지닌 이 고동색 우드 스피커는 내 스마트 폰 속 음악을 딱 좋게 내게 들려준다. 프로는 결국 디테일로 승부한다. 디테일한 내 노동요의 거리도 완성되었다. 디테일한 우드 스피커 덕분이다.
이제 내 책상 위에는 잘난 두 커플이 있다. 스마트 폰과 우드 스피커가 한 쌍, 나와 노트북이 한 쌍이다. 우드 스피커는 음악을 증폭시켜주고, 노트북은 내 생각을 증폭시켜준다. 지금 이 추천의 글도 잘생긴 나무상자를 통과해 나오는 풍성한 사운드를 들으며 쓰고 있다. 당신의 공간 어디서건 스마트 폰과 우드 스피커만 있으면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작은 디테일의 풍성함이 인생의 풍성함일 것이다.
김호연
소설, 만화, 시나리오를 가리지 않고 쓰는 전천후 스토리텔러.
<실험인간지대>로 2005년 부천만화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했고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 <이중간첩>, <태양을 쏴라> 소설 <연적>을 집필했으며, 현재 카카오스토리에 세 번째 소설 <고스트 라이터즈>를 연재 중이다.